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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과 시멘트의 아름다운 동행
관리자 | 2021-03-09 | 조회 2037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The Graduate)`에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주인공(더스틴 호프먼)에게 아버지의 친구는 "플라스틱에 위대한 미래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화 대사처럼 플라스틱은 천연 재료인 철·유리·목재보다 값싸고, 가볍고, 탄력성이 좋은 다양한 성질을 가진, 현대인의 편리한 삶의 상징이다. 인류가 `플라스틱 문명 시대`를 살아가지만, 현대 물질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가운데 플라스틱 환경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비대면 생활과 배달 문화가 확산돼 플라스틱 포장재와 일회용 제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재활용 처리가 한계에 맞닥뜨렸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원 순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멘트와 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사용된 오래된 재료다. 시멘트는 7000년 전 이집트에서 최초로 사용됐고, 철은 6000년 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시멘트는 1824년 영국의 조지프 애스프딘이 개발했다. 현대인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시멘트 건축물에서 보낸다. 현대 문명을 `시멘트 문명`이나 `콘크리트 문명`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시멘트와 철은 6000년 동안 따로 떨어져 있었으나, 1867년 프랑스 조제프 모니에의 특허로 맺어져 철근 콘크리트로 동행하며 건축과 도시 건설의 혁명을 이뤘다.
시멘트 산업이 이 시대의 가장 큰 이슈인 환경 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올랐다. 시멘트 산업에서는 천연 광물인 석회석과 점토, 규석, 철광석 등을 사용해 시멘트를 생산해왔지만 환경 훼손 등 이유로 광산 개발이 억제되면서 다양한 순환 자원으로 원료를 대체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점토 대체), 금속공장에서 나오는 폐주물사, 제철소에서 나오는 슬래그(철광석 대체), 탈황·중화석고 등이 원료 대체의 좋은 사례다. 버려진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이 시멘트 산업을 만나면 부원료나 보조 연료의 순환 자원이 된다. 시멘트공장의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면 초고온으로 태우므로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2차 환경 오염 물질과 발암 물질 등을 모두 분해해 날려 버린다. 석탄과 석유를 연료로 생산할 때보다 카드뮴, 구리, 납 등 중금속도 적게 나온다. 석탄을 대체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든다.
시멘트공장의 소성로는 석회석과 점토를 녹이는 가마다. 이 가마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다르지 않다. 1450도에서 석회석과 점토 같은 흙은 동시에 녹는다. 도자기가 예술이 되듯이 이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은 환경 연료가 돼 타들어감으로써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아 귀한 원료로 거듭난다. 과학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완벽한 `친환경 프로세스` 현장이다. 시멘트 소성로의 연료로 쓴 폐플라스틱 등 인간이 만든 폐기물은 쓰레기가 아니라 `환경 연료`가 된다. 이 연료를 30% 이상 사용해서 생산한 시멘트는 환경 피해를 줄이는 `에코 시멘트`다. 천연 자원을 아끼고, 석탄과 석유 수입도 줄이고, 환경 보존에도 도움을 주는 일석삼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환경공장`으로 시멘트 산업계가 변모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을 새로운 환경 산업으로 주목해 2050 탄소중립에 기여하도록 산업·환경·에너지정책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다.
[강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출처: [기고] 플라스틱과 시멘트의 아름다운 동행 - 매일경제 (mk.co.kr)